일주일에 두 편씩 주제 글쓰기 숙제를 내주고 있다. 일기 쓰기는 인권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서 주제 글쓰기를 하고 있다(물론 주제 글쓰기도 인권 침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함정이긴 하다). 그래도 주제 글쓰기를 통해 집안 분위기나 학생들의 가치관, 생각, 논리력 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신언서판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글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이번 글에서는 이번주 주제 글쓰기 주제였던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하고 싶은 정책"에 대해 학생들이 쓴 내용을 정리해봤다.
이상한 내용
먼저 이상한 내용을 살펴본다.
한 학생은 '네이버지도 북쪽사진에 찍힌 크라캔을 찾을 것이다. 크라캔을 찾으면 사살해서 비상식량으로 만들 것이다'라고 써왔다.
이런 글을 보면 참 난감하다. 피드백을 뭐라고 줘야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려고해도 난감하다. 그냥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정책은 현실적인 내용을 대상으로 해야한단다" 라고 적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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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글쓰기 내용 |
멋진 내용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 중 정말 멋진 정책도 있었다. 음주운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번호판 색깔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라든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양육비를 엄청 많이 주겠다거나, 촉법 소년 연령을 조정하겠다는 정책은 훌륭했다.
특히 음주운전자에게 색깔이 다른 번호판을 적용하는 건 정말 괜찮은 정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주홍글씨를 제대로 찍는 정책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다.
엉뚱한 내용
다소 엉뚱한 정책도 있었는데 금연을 위해 흡연 적발 시 100만원의 벌금과 담배 구입을 3개월 금지시키겠다는 정책, 설날과 추석 때에는 쇼핑몰의 물건을 강제로 5%씩 할인해서 팔게 하자는 정책이었다.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쌌으면 학생들도 물건을 할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 요즘 마트에서 과일값을 보고 있자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현실 밀착 내용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문화 학생이 쓴 글에는 외국인을 위해 아파트를 지어주고, 외국인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정책이 적혀있었다.
외국인에 대한 복지가 잘 갖춰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모자른 부분이 많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