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식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힘든 날이다. 따뜻한 이불 속 늦잠의 유혹을 뒤로하고 학교에 와서 공부해야하기 때문이다. 학생이나 교사나 반가움은 순간일 뿐, 끝난 방학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날이다.
학생들이 개학식 날을 싫어하는 이유는 방학 숙제에 대한 부담도 있다. 방학 숙제가 과거처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학생들에게는 늘 부담이 된다. 방학 숙제는 교사에게도 부담이다. 방학 숙제를 검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힘들게 방학 숙제를 해갔는데 별 반응도 없는 선생님 때문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에게 이런 기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아서 매번 한 명씩 나오게 한 다음에 과제를 검사하고 피드백을 줬는데, 이렇게 하니 과제 검사를 받지 않는 나머지 학생들이 떠들고 관리가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학 문제를 풀게한 적도 있었는데 개학 첫 날부터 시험을 보는 느낌이라 학생들의 사기에 그리 좋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올해 개학식에서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해봤다. 방학 활동 과제를 발표하게 하는 활동이었다. 나는 과제 검사를 안 해서 좋고, 학생들은 자신의 과제를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고 나눌 수 있어서 괜찮은 활동 같았다.
개학식날 해본 방학 과제 발표하기 활동에 대해 정리해 본다.
개학식 날 방학 과제 발표하기 활동
우리 학교 방학 숙제는 운동과 독서 기록표 작성하기 필수 과제와 10개의 선택 과제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한 방학 숙제를 들고 나와서 실물화상기로 보여주면서 자신이 방학 중 한 운동과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자신이 선택한 과제가 무엇인지, 과제를 어떻게 했는지 친구들에게 발표했다.
발표 처음에는 학생들이 귀찮아하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학생들이 다양한 종류의 과제를 발표하면서 보는 학생들도 관심이 조금씩 생기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았다. 퀄리티가 좋은 과제가 나오면 저절로 박수가 나오기도 했고, 오~라는 감탄사도 들려왔다.
여행 갔던 일을 브이로그로 만들어서 보여준 학생도 있었고, 방학 중 그린 그림을 보여준 친구도 있었다. 요리한 내용을 보고서로 만들어 와서 보여준 학생도 있었고, 만화 캐릭터를 그려온 친구도 있었다. 물론 방학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여름방학 개학식이었다면 대체 과제라도 주어서 해오라고 했을텐데, 겨울방학 개학식이어서 그냥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