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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미술 시간 그림 제대로 안 그리는 학생 지도법(ft. 변신책 만들기)

 

미술 시간에 변신 책 만들기를 했다. 변신 책이라고 표현하긴 했는데, 펴는 방식에 따라 페이지 4개가 나오는 신비한 책이다. 5학년 정도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화지를 접고 자르고 다시 접어서 책을 만드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시간이 남을 것 같아서 추가 활동을 준비했다는 게 함정). 


힘들게 책을 만들고 다음 한 시간은 만든 책에 주제에 맞는 그림 4개를 그리는 시간이었다. 계절을 대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페이지씩 그리는 학생도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4가지를 하나씩 그리는 친구도 있었고, 그리지 말라고 했지만 기여코 4컷 만화를 그리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똑같은 모습의 졸라맨만 4개 그려놓고 다른 친구와 떠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술 시간에 항상 등장하는 대충대충 스타일의 학생이다.


이 학생들은 미술에 관심이 없다. 그리라고 해도 대충 그리고 다 했다고 가지고 온다. 시간을 줘도 10분이면 다 했다고 말을 한다. 가서 해 놓은 걸 보면 색칠도 제대로 안 되어 있고 밑그림도 공을 들이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사람을 그리라면 오직 졸라맨밖에 그리지 못하고, 나무를 그리라고 하면 유치원생 난화기 수준의 나무를 그려 놓는다. 잘 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닌데, 그저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참 예쁠텐데 이 부류의 학생들은 미술 작품 완성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이 학생으로 인해 결국 난 화가 났고,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학생을 지도했다. 미술 시간에는 시각적 표현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네가 그린 졸라맨 그림은 미술 시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제 의식도 없고 표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더 노력해서 자세히,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고 지도했다. 그럼에도 학생은 들은둥 마는둥 하면서 졸라맨의 팔과 다리에 손가락과 발가락을 그려놓고는 여전히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뭐라도 시켜야 할 것 같아서 따라 그리기 활동을 시켰다.



따라 그리기

따라 그리기 활동은 미술에 관심이 없고 대충 하는 학생한테 뭐라도 보여주면서 똑같이 따라 그려오라고 지도하는 것이다. 오늘은 카카오 프렌즈 중 라이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똑같이 따라 그리고 색칠까지 해서 검사 받으라고 지시했다.




어려운 그림보다는 쉬운 캐릭터(카카오 프렌즈, 라인 프렌즈)라도 따라 그리게 하고 검사하는 게 핵심이다. 반드시 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할 때 조금만 잘 그려와도 폭풍 칭찬을 해주는 게 포인트다.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밉고 얄미워도 현행 교육법과 사회 분위기에서는 우쭈쭈해주는 방식으로 지도할 수밖에 없다. 


못한다고 혼내고 야단치는 훈육은 2024년 학교에서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학생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등 어린 시절부터 지내왔던 기관에서 이런 훈육 방식에 노출이 안되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사가 화내고 야단쳐도 그게 자신을 위해 지도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냥 '이 사람 왜 이래?', '왜 나한테 화내?' 정도의 생각만 가능할 뿐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아동학대로 엮일 수도 있으니 내 밥그릇을 내놓을만한 위험한 지도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 게 현명할 것이다.


그럼에도 힘을 주는 건 아래 작품을 그린 학생처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만 데리고 수업하면 참 좋을 것 같지만, 이런 학생들만 모아놓아도 이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또 생긴다. 진리의 20 : 80 법칙이다. 못 하는 학생보다는 잘 하는 학생에 초점을 두고, 그 학생들을 더 많이 칭찬하고 격려하면 좋은 학급이 된다고 한다. 칭찬이 인색한 내가 귀담아 들어야 할 좋은 방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3-03-30

망한 수업 일기 - 감정 사전 만들기 미술 수업


오늘 미술 수업을 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도덕에서 배우는 감정을 미술 활동으로 연결해보는 수업이었다. 도덕 시간에 배웠던 감정의 종류, 감정을 느끼는 상황을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보는게 목표였다.

미술은 대개 연차시로 구성된다. 나는 미술 수업을 할 때 첫 시간의 절반, 그러니까 20분 정도를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거나 작품을 구상하는데 쓴다. 이번 시간에도 20분 정도를 감정과 관련된 활동으로 구상했다. 도덕 시간에 배웠던 여러 감정을 확인해 보기 위해 감정 맞히기 놀이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활동이 문제였다.

감정 맞히기 놀이는 모둠에서 한 명이 나와 티비를 등지고 선다. 이 학생은 나머지 모둠원이 티비 PPT 자료로 제시되는 감정을 보고하는 설명과 표정을 듣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 맞힌다. 난 모둠당 10문제를 준비했고, 우리 반에는 5개의 모둠이 있고 모둠당 시간은 3분을 줬다. 이 놀이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아래와 같았다.

1. 너무 긴 시간
3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5개 모둠이면 총 15분이 소요된다는 건데 생각보다 시간 소모가 컸다. 문제를 맞히지 않는 다른 모둠 학생의 집중력이 떨어진건 당연한 일이었다.

2. 말 끊기
모둠은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1명이 맞히고 3명이 설명을 한다는 것이었다. 3명이 모두 활발한 학생들로 구성된 경우 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이때 말이 중복되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목소리가 큰 학생만 계속 이야기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3. 간섭
맞히기를 진행하는 모둠원에게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다른 학생들도 너무나도 감정을 설명하고 싶어했다. 결국 교실은 시장통 분위기가 되었다.

문제는 시장통 분위기가 남은 미술시간까지 지배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집중력은 흐트려졌고 결국 만들어야 할 감정카드 만들기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실수를 하여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카드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 그렇게 어려운 만들기도 아니었는데 학생들이 집중을 안해서인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감정카드를 미리 만들어보지 않아서 해맸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감정카드를 접고 다시 펴는 과정에서 다시 펴는 방법을 내가 몰랐다. 내가 잘 모르니 학생들에게도 잘 알려줄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까지 해매니 교실 분위기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먼저 감정카드를 완성한 학생들은 다음에 뭘 해야 할지를 묻는데 여기까지 제대로 못한 아이들이 태반이니 다음 단계를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나마 후반부에 학생들 다시 점검해주고 수업이 원궤도로 돌아오긴 긴 했지만 그 과정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오늘 수업에서 배운 점은 아래와 같다.

1. 미리 만들어 보기
미술작품에서 그리기는 몰라도 만들기를 한다면, 먼저 해봐야 한다. 난 감정카드 펴는게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다음부터는 바빠도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2. 미술 시간에 텐션 지나치게 올리지 않기
미술 시간은 차분해야 한다는걸 알았다. 차분하지가 않으니 작품 퀄리티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미술시간 도입 시 놀이나 게임은 피하는걸로 해야겠다.

후아... 정말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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