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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8

아동학대 에피소드 - 언제든 나도 아동학대 교사가 될 수 있다

최근 교사의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이다. 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지도에 대해 전적으로 아동학대 면책권을 줄지, 정당한 교육에 대해서만 면책권을 줄지 정치권에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아동학대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어 남겨본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잘해서 지금까지 별일이 없었던게 아니라, 난 단지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별일이 없었던 것이다.


아동학대


에피소드의 시작 - 사회 평가 시간에 있었던 일


사회 단원평가를 마치고 학생들에게 채점을 맡겼다. 교사가 답을 칠판에 써주면 다른 학생의 평가지를 학생들이 채점하는 방식이다. 교사는 평가지 채점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많이 사용하는 채점 방식이다.

문제는 채점이 끝나고 생겼다. 학생들이 자신의 평가지를 확인하고 담임교사에게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평가를 얼마나 잘 봤는지 결과를 확인하고 간단한 피드백을 해줬다. 잘한 학생에게는 칭찬을 해줘서 문제가 없었으나, 성적이 좋지 않거나 떨어진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상처가 될 수 있어 조심해야했다. 그러나 교사도 사람인지라 실수는 있는 법. 잘하는 학생이 점수가 잘 안나왔길래 "이번 단원은 공부 안했네"라고 말했더니 학생이 쌀쌀맞은 표정으로 "공부 했는데요"라고 되받아치는게 아닌가. 평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학생이었는데 이렇게 날이 선 모습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학생은 시험지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가더니 얼마 안 있어 자리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단짝 친구가 와서 연유를 물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계속 울었다. 오래 울지는 않았고 뒤이어 수업도 무사히 마쳤다.

수업 내내 교사인 내 마음은 매우 불편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학생에게 정서적 아동학대를 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학생을 울리다니!! 말 한 마디 때문에 아동학대 기소를 받고 재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이렇게 많은 시대에 학생을 울렸으니 빼박 아동학대다. 

사태를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쉬는 시간에 학생을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요지는 선생님이 잘 모르고 이야기해서 미안하는 것이었다. 학생도 다행히 괜찮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교사는 언제나 아동학대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 집으로 법원 소장이나 경찰 연락, 검찰 연락이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별일은 없는 것 같다. 매 수업, 그 수업에서 행해지는 모든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숨이 막히고 답답해질 때가 많다.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적인 사건과 모 웹툰작가 일로 교권 보호와 아동학대 관련 법안의 수정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까지 관련 사안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조치가 있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해지는 조치가 정말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조치이기를 바라본다. 

아동학대 소송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쳐보고 싶다.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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