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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초등학교 학급 마니또 활동 - 준비물과 활동 내용, 문제점 정리

 

학생들이 사과나무에 사과 30개를 모아서 '마니또'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니또는 스페인어로 비밀 친구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학교에서 주로 하는 마니또는 특정 기간동안 한 친구의 비밀 친구가 되어 도움을 주거나 격려하거나 작은 선물을 주는 활동이다. 우리 반은 일주일 동안 마니또 활동을 진행해봤다. 마니또 활동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들을 남겨본다.



마니또 활동 준비

마니또 활동에는 별다른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학생들이 마니또를 뽑을 막대나 쪽지 같은 도구가 있어야 하지만 컴퓨터나 어플로 뽑을 수도 있다.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쉽게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마니또를 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학생들에게 마니또 활동 일지 양식을 나눠주었다. 

매일 마니또를 관찰하거나 마니또에게 한 일을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는 종이였다. 후기에서 다루겠지만, 마니또 활동 일지는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무엇인가 쓰는 걸 정말로 싫어한다.



마니또 활동 시작

마니또 활동 전에 규칙을 안내했다. 내가 정한 마니또의 규칙은 단순하다(쓰고 나니 단순하지가 않은 것 같다).

  • 친구에게 들키지 말 것(설령 들키더라도 열심히 할 것)
  • 친구의 마니또를 알아내려고 하지 말 것
  • 마니또에게 잘해줄 것
  • 선물은 자유이나, 준다면 5,000원을 넘기지 말 것
  • 손 편지를 꼭 써줄 것
  • 매일 주어지는 미션을 잘 수행할 것
  • 매일 매일 마니또 활동 일지를 쓸 것

학생들도 1~4학년 때 마니또를 해봐서 그런지 규칙을 이해시키는 게 어렵지 않았다.

누가될 지 모르지만, 자신의 마니또에게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 필요한 물건들을 소개하는 종이를 쓰게하고 교실 뒷편에 붙여두었다. 일부 학생들이 이 내용을 보고 마니또에게 맞는 맞춤 선물을 준비하고. 응원 메시지도 해줘서 나름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마니또 활동 진행

마니또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매일 미션을 두 가지씩 주었다. 친구를 도와주거나 격려해주는 말을 하는 게 주된 미션 내용이었다.



  • 칭찬하는 말 하기
  • 짧은 응원 쪽지 써주기
  • 좋은 노래 추천해주기
  • 1인 1역 도와주기
  • 마주치면 웃어주기
  • 어제 무슨 일 했는지 물어보기
  • 책상 닦아주기
  • 감사 인사하기
  • 아침에 이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하기


학생들은 자신이 마니또임을 숨기기 위해 마니또에게만 미션을 하는 게 아니도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션을 해야했다. 아침마다 교실은 서로 인사를 나누는 학생들로 분주해졌다. 쪽지 미션이라도 있는 날에는 교실 바닥에 쪽지 잔해물(?)들이 가득했다. 인사 미션이 있으면 기계적으로 인사하는 학생들의 소리로 교실이 가득찼다.


올해에는 마니또 활동을 창의적(?)으로 하는 학생이 있었다. 자신의 마니또에게 황금 방석과 레드카펫을 선물한 것이다. 마니또에게 주는 작은 메모와 함께 교실 뒷문부터 마니또의 자리까지 빨간색 포장지를 깔아뒀다. 마니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보려는 노력이었다. 마니또 공개할 때 후기를 들어보니 아침 7시 30분에 등교해서 설치했고, 자신이 마니또임을 숨기기 위해 혼신의 연기까지 펼쳤다고 한다. 노력이 가상해서 학생을 칭찬해주었다.




대부분 선물을 줬는데 다이소나 무인가게, 편의점에서 산 간단한 간식이 주류였다.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를 선물로 준 학생도 있었다. 자신이 쓴 편지임을 숨기기 위해 친구나 가족에게 대필을 부탁하거나, 주로 쓰는 손이 아닌 다른 손을 써서 쓰는 학생들도 있었다.


어쩌다보니 마니또인게 탄로나서 쿨하게 "내일 선물 갖다줄게 기다려"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고, 마니또인게 걸렸지만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 떼는 학생도 있었다.



후기

마니또 활동을 하고 나면 항상 생기는 문제가 있다. 불공정 문제이다. 나는 마니또 활동을 정말 잘해줬는데, 정작 내 마니또는 나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일이 생긴다. 마니또는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준다는 계약에 의해 하는 활동인데 반드시 계약을 지키지 않는 학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이 나타난다. 분명 마니또 시작 전에 약속하고 서약까지 한 부분이지만 한 번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은 적이 없다. 친구 관계가 어려워서 못 하는 애들부터 통합학급 학생까지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이번에도 3~4명의 학생들이 편지도 안 써주고, 미션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일지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서 일부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 마음속으로 크게 실망한 학생도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제대로 마니또를 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벌점을 주고 마니또인 친구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선물 문제도 자주 등장하는 문제인데 선물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선물을 많이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마니또 활동을 하지 않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작은 선물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내가 과자 몇 개를 몰래 주었는데 학생들 눈치가 빨라서 아마 담임이 줬다는 걸 눈치챘을 것 같다.

마니또 활동 일지는 제대로 쓴 학생이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활동을 열심히 했는지 점검하려고 해도 기록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할 수 없었다. 내년부터는 활동 일지를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생들은 재미있어 하고, 하고 싶어하는 활동인 마니또. 교사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다행히 선물가지고 민원이 안 들어왔지만, 언제든지 민원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활동은 아니다(하긴 요즘 학교에서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활동이 있겠냐만은).



2023-06-19

자존감을 높이고 학급 분위기를 좋게하는 활동 - '당연하지' 집단상담 프로그램

학교에 위클래스가 있다. 이곳에는 상담사가 주 2회 근무한다. 정식 전문상담교사가 있는게 아니라 학교에서 자체 위촉한 봉사자 신분의 상담사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지위를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이상 근무를 시키지 않는다. 촌극이다. 

무튼 이분은 위기 학생 및 학부모 상담의 주업무를 잘 해내고 계신다. 학기에 한 번은 학급을 대상으로 집단상담도 진행해주신다. 이번 집단상담 프로그램도 이렇게 진행하게 되었다. 상담사님이 진행하신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당연하지 프로그램이었다.

당연하지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다.

  1. 종이와 펜을 준비한다.
  2. 돌아다니며 친구를 만난다.
  3. 만나서 반가워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가위바위보를 한다.
  4. 이긴 사람은 칭찬을 써줄지, 칭찬을 받을지 결정한다.
  5. 종이에 칭찬이 많이 써질 때까지 진행한다.

제한된 시간이 다 되면 자신의 칭찬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당연하지 게임을 진행한다.

  1. 자신의 칭찬이 적히 종이를 들고 친구와 만난다.
  2. 가위바위보로 먼저 할 사람을 정한다.
  3. 서로 상대의 종이를 참고하여 칭찬을 해준다.
  4. 듣는 사람은 크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당연하지를 외친다.
  5. 종이에 쓴 내용을 다 말하면 다른 내용으로 즉석에서 칭찬해줄수 있다.
  6. 먼저 칭찬을 못한 사람이 진다.
  7. 너무 많이 칭찬이 이어지면 무승부로 한다.

학생들이 활동하는 걸 보니 "당연하지"를 외치는게 부끄러웠는지 친구가 해주는 칭찬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 활동의 핵심은 자신에 대한 칭찬을 듣고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지를 크고 당당하게 하라고 강조해줬다.

학생들이 활동 내내 웃으면서 참여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비록 입에 발린 말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좋은 말, 칭찬을 해줬다는 것에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말의 힘은 역시 위대하다.


아래는 활동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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