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국어 1단원에 친구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는 차시가 있다. 이 수업 내용을 라디오 DJ가 방송을 하는 형태로 바꿔서 수업을 해봤다. 수업 후기를 남겨본다.
고민 상담소, 보이는 라디오 수업 - 수업 과정
국어책에서도 고민 상담소를 운영해보라고 자료를 준비해줬다. 이 자료를 뜯어서 사용해도 되고, 별도의 학습지로 진행해도 된다. 보이는 라디오 수업 진행 순서는 이렇다.
- 자신의 고민 쓰기
- 교사가 고민을 걷어서 무작위로 나눠주기
- 받은 고민에 대해 조언과 추천곡 써주기
- 한 명씩 나와서 라디오 DJ가 되어 사연을 읽는 방식으로 발표하기
고민 상담소, 보이는 라디오 수업 - 후기
국어책에 나오는 고민 상담소는 모둠으로 구성해서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내가 진행한 보이는 라디오 수업은 모둠이 아닌 개인이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건 실수였다. 내가 학생들을 너무 믿었나보다. 한 줄 조언이 범람했고, 공감은 없고 단순 지시만 있는 조언이 많았다. 정말 정성들여서 공감과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멋진 조언도 많았지만 절반 이상은 부모님의 잔소리, 친구의 영혼 없는 이야기, 교과서에 나오는 안 좋은 예시와 같았다. 교과서에서 모둠으로 활동을 제시한 이유가 있었다. 그나마 모둠이었다면, 멋진 조언을 남겼던 친구들이 다른 친구의 고민에도 적절히 개입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언이 나왔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 또 이 수업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모둠을 지정해서 모둠에서 여러 사연에 대한 조언을 힘을 합쳐서 하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썼음에도 유니콘 같은 조언을 남겨준, 4~5명의 학생들이 정말 고마웠다. 한 명은 축구 실력이 잘 늘지 않아서 걱정이라는 친구에게 지금 성장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관점에서는 이 성장이 보이지 않아 힘든 것이라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갈 것을 유정석의 질풍가도 노래를 추천해주며 조언해줬다. 조언의 내용과 표현, 추천곡까지 완벽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다. 폭풍 칭찬을 해주며 조언의 정석이라고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을 망설이는 고민에 대해서는 한 학생이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고백을 해보라고 조언해줬다. 자신은 10번도 넘게 차여봤지만, 그럼에도 용기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들이 빵 터졌음은 물론이다(본인의 아픈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웃으면 안된다고 학생들을 지도했으나 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수업은 다소 망했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의 진솔한 고민과 자기들만의 해결법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힘내라 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