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0

망한 수업 일기 - 감정 사전 만들기 미술 수업


오늘 미술 수업을 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도덕에서 배우는 감정을 미술 활동으로 연결해보는 수업이었다. 도덕 시간에 배웠던 감정의 종류, 감정을 느끼는 상황을 미술 작품으로 만들어보는게 목표였다.

미술은 대개 연차시로 구성된다. 나는 미술 수업을 할 때 첫 시간의 절반, 그러니까 20분 정도를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거나 작품을 구상하는데 쓴다. 이번 시간에도 20분 정도를 감정과 관련된 활동으로 구상했다. 도덕 시간에 배웠던 여러 감정을 확인해 보기 위해 감정 맞히기 놀이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활동이 문제였다.

감정 맞히기 놀이는 모둠에서 한 명이 나와 티비를 등지고 선다. 이 학생은 나머지 모둠원이 티비 PPT 자료로 제시되는 감정을 보고하는 설명과 표정을 듣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 맞힌다. 난 모둠당 10문제를 준비했고, 우리 반에는 5개의 모둠이 있고 모둠당 시간은 3분을 줬다. 이 놀이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아래와 같았다.

1. 너무 긴 시간
3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5개 모둠이면 총 15분이 소요된다는 건데 생각보다 시간 소모가 컸다. 문제를 맞히지 않는 다른 모둠 학생의 집중력이 떨어진건 당연한 일이었다.

2. 말 끊기
모둠은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1명이 맞히고 3명이 설명을 한다는 것이었다. 3명이 모두 활발한 학생들로 구성된 경우 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이때 말이 중복되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목소리가 큰 학생만 계속 이야기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3. 간섭
맞히기를 진행하는 모둠원에게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다른 학생들도 너무나도 감정을 설명하고 싶어했다. 결국 교실은 시장통 분위기가 되었다.

문제는 시장통 분위기가 남은 미술시간까지 지배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집중력은 흐트려졌고 결국 만들어야 할 감정카드 만들기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실수를 하여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카드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 그렇게 어려운 만들기도 아니었는데 학생들이 집중을 안해서인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감정카드를 미리 만들어보지 않아서 해맸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감정카드를 접고 다시 펴는 과정에서 다시 펴는 방법을 내가 몰랐다. 내가 잘 모르니 학생들에게도 잘 알려줄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까지 해매니 교실 분위기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먼저 감정카드를 완성한 학생들은 다음에 뭘 해야 할지를 묻는데 여기까지 제대로 못한 아이들이 태반이니 다음 단계를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나마 후반부에 학생들 다시 점검해주고 수업이 원궤도로 돌아오긴 긴 했지만 그 과정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오늘 수업에서 배운 점은 아래와 같다.

1. 미리 만들어 보기
미술작품에서 그리기는 몰라도 만들기를 한다면, 먼저 해봐야 한다. 난 감정카드 펴는게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다음부터는 바빠도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2. 미술 시간에 텐션 지나치게 올리지 않기
미술 시간은 차분해야 한다는걸 알았다. 차분하지가 않으니 작품 퀄리티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미술시간 도입 시 놀이나 게임은 피하는걸로 해야겠다.

후아... 정말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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