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실과에는 간식 만들기 수업 내용이 있다. 교과서에서는 건강한 조리법인 삶기와 찌기를 이용한 요리인 삶은 달걀, 단호박찜, 고구마꼬치 등의 요리가 나와 있다. 그러나 학교에 별도의 실과실이 있지 않는한, 교실이나 과학실에서 삶기나 찌기 요리를 실습하는건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너무 높다. 실과실이 있어도 화상 사고 리스크가 있는데, 하물며 시설이나 장비도 없이 요리 실습을 하라고 하는건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그렇다고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차선책을 찾는다. 불이나 칼을 쓰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써서 만들 수 있는 간식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작년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보았고, 올해에는 새로운 메뉴인 화채 만들기에 도전했다. 5학년 실과 간식 만들기 수업에서 화채 만들기를 할 때 필요한 준비물과 수업 후기를 남겨본다.
실과 간식 만들기 - 화채 만들기 수업 준비물
우선 우리 학년에서 준비한 화채 만들기 수업 준비물은 아래와 같다.
- 수박 5kg 2통
- 사이다 1.5L 1개
- 연유 500mL 1개
- 프루츠칵테일 850g 1개
- 일회용 숟가락
- 일회용 용기
- 칼, 쟁반
이번에 빼먹었지만, 다음에 수업 때 필요한 준비물로는 얼음을 생각했다. 수박을 냉장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차가운 화채를 먹기 위해서는 얼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없어도 무방하다. 연유도 없다면 우유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써도 되는데, 이건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려서 넣어먹고 싶은 사람만 넣어 먹게 하면 좋다.
실과 화채 만들기 - 수업 후기
우리 학년은 별도의 화채 그릇을 준비하지 않았다. 수박 껍질을 그릇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수박 2통을 반으로 쪼개면 총 4개가 나오고, 4~5명씩 한 모둠을 구성해서 반 통씩 나눠준다. 참고로 5kg짜리 수박도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우리 반 어느 모둠도 수박을 다 먹지 못했다. 수박을 파서 그릇으로 써야한다. 일회용 숟가락은 플라스틱 숟가락이라 수박을 파기 힘들어서, 급식실에서 숟가락을 빌려와서 사용했다. 다른 반도 써야해서 급식실 숟가락은 수박을 파는데만 쓰고, 먹는 건 일회용 숟가락을 활용했다.
수박을 자르는 칼은 교무실에서 빌려왔는데 수박이 좋아서였는지, 칼이 잘 들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수박이 잘 잘렸다. 자른 수박을 쟁반에 담아 모둠별로 나눠주고, 프루츠칵테일과 일회용 용기, 일회용 숟가락도 다 나눠줬다.
연유는 맛이 강해서 많이 넣으면 다른 음식 맛이 다 묻힌다고 들어서 2~3숟가락만 넣으라고 했다.
일회용 그릇을 1인당 1개씩 나눠줬는데, 수박 반통의 양이 꽤나 많아서 수박을 담을 그릇이 부족했다. 다음에 하게 된다면 그릇의 크기를 조금 더 큰 걸로 사거나, 개수를 더 많이 주는 쪽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사이다를 좋아했다. 사이다를 너무 많이 넣어서 사이다로 배를 채웠는지 수박이 많이 남았다. 수박통에 남은 사이다 때문에 물이 흥건해서 나중에 치우기 힘들었다. 수박에 기본적으로 수분이 많기 때문에 사이다는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간식 만들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뒷정리이다. 특히 수박 화채의 경우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제대로 치우지 않으면 끈적끈적한 교실에서 공부를 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물티슈를 이용해서 최대한 떨어진 수박물과 사이다, 연유를 닦으라고 지시했고 바닥도 닦으라고 했다. 사이다 페트병과 프루츠칵테일 통조림, 사용한 일회용 그릇과 숟가락은 쓰레기 봉투에 넣고 바로 묶어서 버렸다. 당 성분이 있기 때문에 교실에 벌레가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냄새를 빼기 위해 덥지만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한 시간만에 화채 만들기와 먹기, 뒷정리까지 끝낼 수 있었다. 그나마 다음 시간이 교과 시간이라 쓰레기를 치우고 교실을 정비할 시간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화채 만들기 수업을 한다면 뒤 시간에 교과시간이 있는 시간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 화채의 맛은 어땠냐고? 화채를 입에 데지도 않았다. 선생님도 드셔보라는 말을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을뿐만 아니라, 그 어수선한 소란 속, 서로 오가는 침 속에 무방비로 노출된 수박 화채를 그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간식 만들기 수업을 끝냈다. 실과는 참 힘든 과목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