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3

3월 개학을 앞둔 소감 - 작년 학급 운영 반성과 개선할 점(ft. 4학년 담임)

 

설렘과 걱정. 교사에게 3월을 표현하라고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김없이 올해도 3월 개학이 찾아왔다. 아마 교사에게 가장 힘든 날을 꼽으라고 하면 3월 2일, 새학년이 시작되는 날일 것이다. 두 달에 가까운 겨울방학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고 새로 맞이하게 될 1년간의 대장정 시작이 도저히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멈춰있는 수레바퀴를 다시 굴리려면 큰 힘이 필요하다. 나는 교사의 개학 역시 이와 같다고 본다. 방학으로 멈춰있던 학교를 돌리려면 이처럼 큰 힘이 필요하다. 학생 지도면에서든, 학교 행정일에서든 3월은 멈춰있는 바퀴를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 유독 힘들다.

멈춰 있는 수레바퀴를 움직여라!! - 3월의 미션


설렘과 걱정 중 설렘이 앞서는 교사가 있고, 두려움이 앞서는 교사가 있다. 나는 후자이다. 어떤 학생을 만나게 될지 기대도 되지만 어떤 학생을 만나게 될지 걱정이 더 앞선다. 제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학생이 우리반이 되었기를, 진상 학부모가 우리반 학부모가 아니기를, 나와 그나마 궁합이 잘 맞는 학생들이 많이 있기를, 나의 학급 운영을 긍정적으로 봐줄 수 있는 학부모가 많이 있기를 바라면서 새학년을 맞이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나의 걱정과 우려가 크게 발현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매년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살얼음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설렘이 점점 더 걱정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다른 선생님의 마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근무하는 학교에서 맞는 마지막 해다. 학교의 시스템을 잘 알고 아는 선생님들도 많아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은 없다. 업무도 희망했던 작년 업무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만족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학급 운영에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학년도 대부분 선생님들이 최고로 치는 4학년이다. 개인적으로는 11년만에 맞이하는 4학년 담임이고, 2020년 이후 5년 만에 맞이하는 중학년 담임이다.


고학년과 중학년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작년과 비슷한 포맷으로 학급 운영을 하려고 한다. 부족한 점은 채우고 좋았던 점은 이어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부족했다고 생각한 점은 아래와 같다.


과제 점검과 피드백

과제를 많이 내주기는 했지만 확인하고 점검하고 피드백을 주는데 소홀했다. 과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확인하는 작업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년 후반부로 갈수록 과제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편한 분위기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 학급긍정훈육법의 목표다. 작년에는 친절하긴 했지만 단호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단호하려고 했지만, 내 행동과 말은 단호함보다는 화와 짜증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학생들을 상대로 단호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해 봐야겠다. 아무래도 가정에서 내는 짜증의 빈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직장은 가정의 연장선이, 반대로 가정은 직장의 연장선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중 구호

작년에 사용했던 집중 구호는 '손 번쩍 조용히'였다. 인디스쿨에서 보고 괜찮아보여서 쓴건데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구호였는지 몰라도 학기초를 제외하면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올해는 평소에 사용했던 x학년 x반 구호를 다시 사용해야겠다.


급식 배식

급식을 교실에서 배식했는데 국물을 쏟거나 반찬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5학년들도 야무지지 못했는데 4학년은 더 야무지지 못할 것이다. 교실을 음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복도 배식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비록 겨울에 조금 더 춥겠지만, 교실에서 음식 냄새가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기초 생활습관 지도

작년에 가장 부족했던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교 전 책상 정리, 서랍과 사물함 정리, 가방 정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기 중반에 잡으려고 하니 학생들이 잘 협조하지 않았고 나도 추진 동력을 잃어버렸다. 책상과 서랍 정리, 사물함에서 미리 교과서 꺼내오기, 가방 깨끗하게 정리하기 같은 기초 생활습관을 학기 초부터 확실하게 지도해야겠다. 아, 복도에서 조용히 이동하는 것도 학기초에 제대로 지도해야겠다. 떠들면 교과 시간에 늦었어도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단호한 방법을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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