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4

5학년 국어 수업 - 고민 상담소(보이는 라디오) 수업 후기

 

5학년 국어 1단원에 친구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는 차시가 있다. 이 수업 내용을 라디오 DJ가 방송을 하는 형태로 바꿔서 수업을 해봤다. 수업 후기를 남겨본다.


고민 상담소, 보이는 라디오 수업 - 수업 과정

국어책에서도 고민 상담소를 운영해보라고 자료를 준비해줬다. 이 자료를 뜯어서 사용해도 되고, 별도의 학습지로 진행해도 된다. 보이는 라디오 수업 진행 순서는 이렇다.

  • 자신의 고민 쓰기
  • 교사가 고민을 걷어서 무작위로 나눠주기
  • 받은 고민에 대해 조언과 추천곡 써주기
  • 한 명씩 나와서 라디오 DJ가 되어 사연을 읽는 방식으로 발표하기


고민 상담소, 보이는 라디오 수업 - 후기

국어책에 나오는 고민 상담소는 모둠으로 구성해서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내가 진행한 보이는 라디오 수업은 모둠이 아닌 개인이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건 실수였다. 내가 학생들을 너무 믿었나보다. 한 줄 조언이 범람했고, 공감은 없고 단순 지시만 있는 조언이 많았다. 정말 정성들여서 공감과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멋진 조언도 많았지만 절반 이상은 부모님의 잔소리, 친구의 영혼 없는 이야기, 교과서에 나오는 안 좋은 예시와 같았다. 교과서에서 모둠으로 활동을 제시한 이유가 있었다. 그나마 모둠이었다면, 멋진 조언을 남겼던 친구들이 다른 친구의 고민에도 적절히 개입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언이 나왔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 또 이 수업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모둠을 지정해서 모둠에서 여러 사연에 대한 조언을 힘을 합쳐서 하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썼음에도 유니콘 같은 조언을 남겨준, 4~5명의 학생들이 정말 고마웠다. 한 명은 축구 실력이 잘 늘지 않아서 걱정이라는 친구에게 지금 성장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관점에서는 이 성장이 보이지 않아 힘든 것이라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갈 것을 유정석의 질풍가도 노래를 추천해주며 조언해줬다. 조언의 내용과 표현, 추천곡까지 완벽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다. 폭풍 칭찬을 해주며 조언의 정석이라고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을 망설이는 고민에 대해서는 한 학생이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고백을 해보라고 조언해줬다. 자신은 10번도 넘게 차여봤지만, 그럼에도 용기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들이 빵 터졌음은 물론이다(본인의 아픈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웃으면 안된다고 학생들을 지도했으나 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수업은 다소 망했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의 진솔한 고민과 자기들만의 해결법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힘내라 애들아.







2024-07-23

5학년 사회 놀이 수업 - 국민의 권리와 의무 차시(그림 놀이와 퀴즈를 활용한 사회 수업)

 

5학년 사회에서는 인권과 헌법, 법에 대해서 배운다. 5학년 입장에서 꽤나 어려울수도 있는 내용인데, 최근 인권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이기도 하고 해서 학생들이 인권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한다. 문제는 법이다. 헌법이란 단어를 수업 시간에 처음 들어보는 학생도 있을 정도로 학생들은 법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역시 단어가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납세의 의무에서 '납세'의 뜻을 모르는 학생이 1/4 가량은 된다. 이보다는 낫지만 국방의 의무에서 '국방'의 뜻을 모르는 학생도 있다. 참정권의 '참정', 청구권의 '청구' 역시 어려운 단어임은 매한가지다. 이처럼 어려운 내용을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놀이를 통한 학습이 학생들의 수업 동기를 높이는데 적당하다.


이번 글에서는 그림 놀이와 퀴즈를 활용한 사회 수업에 대해 정리해본다.


그림 놀이를 활용한 사회 놀이 수업

우선 교사의 설명이나 PPT 자료 등을 통해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 5가지와 국민의 의무 5가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게 먼저다. 우선 지식이 학생들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그 다음에 이를 활용해서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학습에서 집에서 먼저 수업 시간에 배울 지식을 배워오라는 것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권리와 의무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았으면 이제 그림 놀이를 활용한 수업을 할 준비가 되었다.

준비물은 단어 카드가 필요하다. 헌법에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언급되어 있는 내용과 조항이 적힌 간단한 카드이다. 모둠별로 한 세트씩 나눠주면 준비가 끝난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카드



수업 방법은 다음과 같다.

  • 4명당 16장의 카드를 나눠주고, 1명당 4장의 카드를 받아 헌법에 나와있는 조항과 내용이 어떤 권리와 의무인지 카드에 적는다.

  • 카드를 뒤집어서 뒷장에 해당 내용과 관련된 그림을 그린다.

  • 관련된 그림을 다 그리고 옆 모둠과 카드 세트를 바꾼다.

  • 그림이 보이게 16개의 카드를 깔아 놓는다.

  • 한 명씩 차례대로 그림을 보며 해당 카드가 설명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나 의무를 맞힌다. 답은 카드 뒷장을 뒤집어 확인한다.

수업 후기

학생들은 카드 뒷면에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그렸다. 여기서도 어쩔 수 없는 학생의 개인차가 많이 느껴졌다. 잘 그리는 아이들은 핵심을 잡아서 대부분이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사회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시각적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무슨 그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 문제 푸는 학생들을 곤란하게 했기 때문이다.

교사 입장에서 수업할 때 가장 힘든건 개인차가 극명할 때이다.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경우 필연적으로 능력이 낮은 학생들에게 수업의 포커스를 맞히게 된다. 



그림 카드를 이용한 사회 수업
그림 카드를 이용한 사회 수업

그림 카드를 이용한 사회 수업



2024-07-10

5학년 실과 간식 만들기 수업 - 화채 만들기(준비물, 수업 방법, 후기)

 

5학년 실과에는 간식 만들기 수업 내용이 있다. 교과서에서는 건강한 조리법인 삶기와 찌기를 이용한 요리인 삶은 달걀, 단호박찜, 고구마꼬치 등의 요리가 나와 있다. 그러나 학교에 별도의 실과실이 있지 않는한, 교실이나 과학실에서 삶기나 찌기 요리를 실습하는건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너무 높다. 실과실이 있어도 화상 사고 리스크가 있는데, 하물며 시설이나 장비도 없이 요리 실습을 하라고 하는건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그렇다고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차선책을 찾는다. 불이나 칼을 쓰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써서 만들 수 있는 간식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작년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보았고, 올해에는 새로운 메뉴인 화채 만들기에 도전했다. 5학년 실과 간식 만들기 수업에서 화채 만들기를 할 때 필요한 준비물과 수업 후기를 남겨본다.


실과 간식 만들기 - 화채 만들기 수업 준비물

우선 우리 학년에서 준비한 화채 만들기 수업 준비물은 아래와 같다.

  • 수박 5kg 2통
  • 사이다 1.5L 1개
  • 연유 500mL 1개
  • 프루츠칵테일 850g 1개
  • 일회용 숟가락
  • 일회용 용기
  • 칼, 쟁반

이번에 빼먹었지만, 다음에 수업 때 필요한 준비물로는 얼음을 생각했다. 수박을 냉장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차가운 화채를 먹기 위해서는 얼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없어도 무방하다. 연유도 없다면 우유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써도 되는데, 이건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려서 넣어먹고 싶은 사람만 넣어 먹게 하면 좋다.


실과 화채 만들기 - 수업 후기

우리 학년은 별도의 화채 그릇을 준비하지 않았다. 수박 껍질을 그릇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수박 2통을 반으로 쪼개면 총 4개가 나오고, 4~5명씩 한 모둠을 구성해서 반 통씩 나눠준다. 참고로 5kg짜리 수박도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우리 반 어느 모둠도 수박을 다 먹지 못했다. 수박을 파서 그릇으로 써야한다. 일회용 숟가락은 플라스틱 숟가락이라 수박을 파기 힘들어서, 급식실에서 숟가락을 빌려와서 사용했다. 다른 반도 써야해서 급식실 숟가락은 수박을 파는데만 쓰고, 먹는 건 일회용 숟가락을 활용했다.


수박을 자르는 칼은 교무실에서 빌려왔는데 수박이 좋아서였는지, 칼이 잘 들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수박이 잘 잘렸다. 자른 수박을 쟁반에 담아 모둠별로 나눠주고, 프루츠칵테일과 일회용 용기, 일회용 숟가락도 다 나눠줬다.

연유는 맛이 강해서 많이 넣으면 다른 음식 맛이 다 묻힌다고 들어서 2~3숟가락만 넣으라고 했다.

일회용 그릇을 1인당 1개씩 나눠줬는데, 수박 반통의 양이 꽤나 많아서 수박을 담을 그릇이 부족했다. 다음에 하게 된다면 그릇의 크기를 조금 더 큰 걸로 사거나, 개수를 더 많이 주는 쪽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수박 화채 모습


학생들은 사이다를 좋아했다. 사이다를 너무 많이 넣어서 사이다로 배를 채웠는지 수박이 많이 남았다. 수박통에 남은 사이다 때문에 물이 흥건해서 나중에 치우기 힘들었다. 수박에 기본적으로 수분이 많기 때문에 사이다는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5학년 실과 화채 만들기 수업 장면


5학년 실과 화채 만들기 수업 장면


5학년 실과 화채 만들기 수업 장면
5학년 실과 화채 만들기 수업 장면



간식 만들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뒷정리이다. 특히 수박 화채의 경우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제대로 치우지 않으면 끈적끈적한 교실에서 공부를 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물티슈를 이용해서 최대한 떨어진 수박물과 사이다, 연유를 닦으라고 지시했고 바닥도 닦으라고 했다. 사이다 페트병과 프루츠칵테일 통조림, 사용한 일회용 그릇과 숟가락은 쓰레기 봉투에 넣고 바로 묶어서 버렸다. 당 성분이 있기 때문에 교실에 벌레가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냄새를 빼기 위해 덥지만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한 시간만에 화채 만들기와 먹기, 뒷정리까지 끝낼 수 있었다. 그나마 다음 시간이 교과 시간이라 쓰레기를 치우고 교실을 정비할 시간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화채 만들기 수업을 한다면 뒤 시간에 교과시간이 있는 시간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 화채의 맛은 어땠냐고? 화채를 입에 데지도 않았다. 선생님도 드셔보라는 말을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을뿐만 아니라, 그 어수선한 소란 속, 서로 오가는 침 속에 무방비로 노출된 수박 화채를 그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간식 만들기 수업을 끝냈다. 실과는 참 힘든 과목임에 분명하다.

5학년 실과 화채 만들기 - 다 먹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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