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텃밭 협력 강사 수업 후기(4월 상추 모종 심기와 수확하기)

 

텃밭 협력 강사가 한 달에 한 번, 총 6번 들어와서 수업을 해준다. 우리 학년에 배정된 총 시수가 24차시인데 4반이라 반당 6차시 밖에 수업 지원이 안된다고 한다. 4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한 번이라 수업 시간이 매우 적다. 5학년 실과에 식물을 키우는 단원이 있어서 이 단원과 연계해서 수업을 진행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텃밭 가꾸기 첫 번째 수업 내용을 다뤄본다.


텃밭 가꾸기 수업

첫 번째 텃밭 수업은 절기에 대한 이해와 상추 심기, 삽질 잘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었다.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1년 농사의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4월 20일 곡우 절기를 기준으로 농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우리 학년의 텃밭이 마련된 운동장 구석으로 가서 우리 반의 텃밭 위치를 확인했다. 두 평이 채 안되는 좁은 땅이었다. 텃밭 협력 강사님께서 4월에 심기 좋은 채소인 상추 모종은 준비해오셨다. 상추는 청상추와 적상추 두 종이었다. 학생들은 마음에 드는 상추를 선택했다.

강사님은 모종삽으로 땅을 얼마만큼 파야하는지 학생들에게 알려주셨다. 학생들은 모종삽을 받아 순서대로 자기 자리에 상추 모종을 정성껏 심었다. 다 심은 후에는 물 조리개로 물을 골고루 뿌려줬는데, 너나 나나 다 뿌려버리는 바람에 상추밭이 물 바다가 될 뻔했다.


상추를 다 심고 나서는 옆의 공터로 가서 삽질 잘 하는 노하우를 전수해주셨다. 삽질은 팔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니고 온 몸의 힘으로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하셨다(군생활 노하우?!). 상체만 쓰는 게 아니고 무릎을 굽히면서 하체를 동시에 써야 힘을 덜 들이고 삽질을 할 수 있다는 노하우를 전수해주셨다. 

우리 학교 텃밭 사이즈에서는 도저히 삽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았지만, 설명을 하시니 우선 잘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실습 시간도 주어졌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삽질을 해보겠다며 삽 주위로 몰려들었다. 

아니 얘들아... 삽질이 그렇게 하고 싶니...?? 그게 그렇게 재밌을 것 같니...??

5학년, 고학년이어도 아직은 어린 초등학생 어린이들인가보다.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이게 맞나?' 하면서 삽질하는 모습이 어이 없으면서도 아주 살짝 귀엽기도 했다.

4월 봄날의 텃밭 상추 심기 첫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상추 수확

그렇게 상추를 잊고 지낸 지 보름 정도가 지났다. 텃밭 수업을 담당하는 영양 선생님께 메시지가 왔다. 상추가 많이 자라서 연휴 전에 수확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시간표까지 바꿔가며 텃밭에 나갔다. 교실로 다시 들어오기 귀찮아서 금요일 6교시에 가방까지 다 싸서 텃밭으로 이동했다. 스탠드에 가방을 두고 텃밭으로 가니 옆반도 상추 수확을 위해 나와 있었다. 옆반은 이미 수확을 마치고 텃밭 옆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지만...

20명이 동시에 들어가서 상추를 뽑기에는 텃밭이 너무 좁았다. 사람을 나눠서 5명씩 텃밭에 들어가 상추를 수확했다. 1인당 1모종씩 심었지만 어떤 상추가 자기 것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내 것, 네 것 구분 없이 5장씩 따오라고 지시했다. 생각보다 상추가 많지 않아서 더 땄다가는 뒤에 따는 애들은 가져갈 상추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5장씩 따고 보니 상추가 꽤 남아서 더 따갈 학생들은 더 따가라고 했다.
한 장이라도 더 챙겨가려고 애쓰는 학생이 있는 반면, 상추를 가져가기 귀찮다며 운동장에 있는 수돗가에 가서 상추를 물로 씻어 그 자리에서 바로 생으로 먹어 버리는 학생도 있었다. 그럼에도 상추가 남아서 남은 상추는 내가 챙겨서 가져갔다.

집에서 먹어봤는데 잎이 연하고 부드럽고 싱싱해서 아주 먹기가 좋았다. 다음에 상추 수확을 하면 또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텃밭에서 자신이 먹을 것을 수확해서 먹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5월 텃밭 수업 때는 토마토를 심을 예정인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텃밭 수업 - 상추 심기

텃밭 수업 - 상추 심기

텃밭 수업 - 상추 수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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