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에 이어 2학기 때도 관악산 체험을 다녀왔다. 우리 학교에는 교육과정에 '관악산 둘레길 걷기 주간'이라고 해서 산에 다녀오는 행사가 있다. 가을 산행은 날은 조금 춥지만, 봄에는 볼 수 없었던 단풍을 볼 수 있어 더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이건 교사의 생각이고 물론 학생들은 단풍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 함정이긴하다. 이번 글에서는 학교 교육과정 프로그램으로 실시한 관악산 숲체험 둘레길 걷기 행사 때 한 활동과 준비물 등에 대해 정리해본다.
관악산 둘레길 걷기 - 사전답사
봄에 갔었던 길과 똑같은 길로 가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코스로 다녀왔다. 미리 사전답사를 진행했고 사전답사 때는 산행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학생들이 다칠만한 구간이나 위험한 구간은 없는지, 길을 잘못들기 쉬운 분기점은 어디인지, 어디서 쉬면 좋을지 등을 체크한다.
관악산 둘레길 걷기 - 행사 당일
우리 학교는 1~4교시에 산행을 하고 다시 학교로 복귀한 후 점심을 먹고 5교시에는 교실에서 추가로 한 시간 수업을 더 진행한 후 5교시 하교를 하고 하루 일정을 마쳤다. 행사 일정은 학교를 출발해서 산 속 쉼터에 도착한 후 간단한 미술 활동을 진행한 뒤 다시 학교로 북귀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9시에 학교에서 출발했고 정해진 코스를 따라 산행을 했다. 사실 말이 산행이지 둘레길이기 때문에 깔딱고개 같은 급경사 코스나 암벽을 타는 코스는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걸어가는 40분도 다소 힘에 벅차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최근 초등학생들의 운동 부족 문제가 꽤나 심각함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관악산 둘레길 자락에 100여 명의 학생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쉼터가 있어서 사전 답사 때 이곳에서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준비해온 간식과 음료수, 물을 먹으며 조금 숨을 돌렸다. 학생들은 숨을 돌리면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신기한 일이다.
이번 둘레길 걷기 행사 때 하려고 준비한 활동은 자연물로 명패 만들기 활동이었다. 쿠팡에서 저렴한 문패용 나무 토막을 체험학습 운영비를 이용해 미리 학생 인원수만큼 구입했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어서 1개당 3,000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학교의 준비물실에서 목공풀을 챙겨와서 나뭇가지와 나뭇잎, 줄기 등을 나무 토막에 목공풀로 붙였다. 자신의 이름을 만든 학생들도 있었고, 간단한 그림을 그린 학생들도 있었다. 자연물은 땅에 떨어진 것으로만 하고 나무에서 잎을 직접 따거나, 풀이나 꽃을 꺾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게 미리 지도했다.
준비물에서 가져온 목공풀이 다 쓴게 많아서 잘 안 나온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 다음에는 준비물의 상태를 체크하고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
학생들이 만든 자연물로 명패 만들기 작품 |
여유있게 1시간 쯤 시간을 줬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작품을 완성했다. 만든 작품이 떨어지지 않게 학교로 돌아올 때 조심이 옮기라고 안내했다.
![]() |
관악산 숲체험 둘레길 걷기 행사 참여 모습 |
돌아오는 길은 아무래도 내리막이 많고 학생들이 간식도 잘 먹고, 푹 쉬어서 그런지 올 때보다 가벼웠다. 학생들은 기분이 좋은지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도 같이 부르면서 왔다.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별다른 제재를 하지는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민폐로 보였을 것 같다.
정리
체험학습이 학생의 안전 사고와 이로 인한 교사의 책임 문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축소되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학창시절에 남아있는 소풍과 수학여행에 대한 기억은 머지 않아 역사 속 라떼의 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숲체험 활동, 산행 활동도 언제까지 실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과 같이 산에 다녀오면 기분은 나쁘지 않다.